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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의 고향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의 『개선문』

by green-saem 2025.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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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선문』의 시대적 배경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Erich Maria Remarque)의 소설 *『개선문』(Arc de Triomphe, 1945)*은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 불안과 공포가 감도는 1939년의 파리를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 라빅(Ravic)은 독일에서 나치를 피해 도망친 난민이자 외과 의사로, 프랑스에서 불법 체류자로 살아간다.

그는 파리 병원에서 실력 없는 의사들을 대신해 외과 수술을 집도하며 자신의 존재를 감춘 채 생계를 유지한다. 하지만 이러한 삶은 마치 그림자처럼 불안정하며, 전쟁과 관료주의 속에서 그는 무력감을 느낀다.

이런 혼돈 속에서 **이탈리아 출신의 여배우 "조앙 마두우(Joan Madou)"를 만나면서 그의 삶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한다.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의지하지만, 그들의 관계 역시 전쟁이라는 시대적 불안 속에서 위태롭기만 하다.

 

2. 난민으로 살아가는 라빅의 현실과 복수의 의미

라빅은 단순한 난민이 아니라, 독일에서 최고 수준의 외과 의사였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이유로 모든 것을 빼앗긴 인물이다. 파리에서 그는 신분을 감춘 채 하루하루를 살아가지만, 과거의 트라우마는 그를 괴롭힌다.

특히 "게슈타포 장교 하케(Haake)"는 라빅이 독일에서 고문당했던 원흉으로, 그는 하케에게 깊은 증오를 품고 있다. 마침내 복수의 기회를 얻게 된 라빅은 치밀하게 계획된 행동으로 하케를 살해하지만, 그 순간 그는 상상했던 만족감이 아닌 공허함과 허무함을 경험한다.

"하케는 자신의 죽음을 인식하지도 못한 채 죽어갔다. 복수는 공허했다."

라빅의 복수는 개인적인 정의의 순간이었지만, 거대한 전쟁의 흐름 속에서 그 어떤 변화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하케가 죽어도 그를 대체할 억압자들은 여전히 존재하며, 전쟁은 계속된다.

 

3. 사랑과 상실: 조앙 마두우와의 비극적인 관계

조앙 마두우는 라빅과 마찬가지로 전쟁 속에서 불안정한 삶을 살아가는 인물이다. 열정적이면서도 예측할 수 없는 그녀는 라빅에게 있어 유일한 희망과도 같은 존재다. 하지만 전쟁은 이들의 사랑마저 허락하지 않는다.

"조앙의 사랑은 희망이었지만, 전쟁은 그마저도 빼앗아 갔다."

결국 조앙은 질투심 많은 연인에게 총상을 입고, 라빅이 직접 그녀를 수술하게 된다. 그러나 그녀는 끝내 목숨을 잃고, 라빅은 절망과 허무함 속에서 체포당해 파리에서 추방당한다.

 

4. 『개선문』의 의미: 군사적 승리와 난민의 삶

소설의 제목인 *『개선문』*은 승리의 상징이지만, 역설적으로 라빅과 난민들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기념비일 뿐이다.

  • 나폴레옹의 승리를 기념하는 개선문은 난민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하지 않는다.
  • 라빅의 복수는 거대한 전쟁의 흐름 속에서 아무 의미 없는 개인적 사건일 뿐이다.
  • 조앙과의 사랑은 유일한 희망이었지만, 결국 그녀의 죽음으로 인해 사라진다.
  • "전통적인 군사적 승리는 의미가 없다. 진정한 승리는 절망 속에서도 살아남는 것."

라빅과 같은 난민들에게 ‘승리’란 적을 무찌르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를 살아남는 것이다. 전쟁은 끝없이 계속되고, 억압자들은 교체될 뿐이지만, 난민들은 생존을 위해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며 투쟁한다.

 

5. 『개선문』이 전하는 메시지: 인간의 회복력과 전쟁의 허무함

레마르크의 『개선문』은 단순한 전쟁 소설이 아니다. 그것은 전쟁 속에서도 삶을 이어가는 인간의 끈질긴 생존 본능폭력과 복수가 해결책이 될 수 없는 현실을 강력하게 보여준다.

설의 제목 『개선문』은 승리의 상징이지만, 난민들에게는 냉혹한 현실만을 상징합니다.

  • 개선문은 전통적인 군사적 승리를 기념하지만, 라빅과 같은 난민들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기념비입니다.
  • 라빅에게 승리는 적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를 살아남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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